다음달부터 나이트전담을 하게 됐다- 처음 해 보는 거라 뭐가 어떻게 될 지는 감이 1도 오질 않는다.
쓰려고 한 게 이건 아니고.
작년 9월에 처음으로 프리셉터를 하게 되서 만난 프리셉티가, 독립을 하고- 신규딱지를 달고 일하고 있다. 예상한 게 너무 최악이고 엉망진창이었는데, 원래 내가 뭘 상상하면 네거티브가 엄청 심하긴 하다, 그것보다는 잘,,,아니- 잘, 은 아닌 것 같다. 상상한 것보다는 못하고 있지 않다- 라는 게 그나마 낫겠다.
어쨌든, 같이 근무 맞는 날이 잘 없긴 한데- 맞는 날이 있다하더라도, 인간달팽이 같은 너를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서, 끝나고 같이 뭘 하거나 하질 않고 & 못하고, 그런 날들이 반복이었었다.
2월- 마지막으로 근무 맞는 날이 어제여서
그럼, 너를 기다려줄테니 연남동에 가자- 하고 갔던게 어제였다.
인간달팽이는 둔하기까지 해서 자기 주머니에 넣어둔 반납약을 1시간 동안 못찾고 헤매고 하는 탓에 원래 도착하려던 시간 보다 훨씬 늦게 연남동엘 가게됐다.
동진시장 프리마켓에서 산 고양이 목도리(?)를 두른 후추. 다 심령사진 같이 찍혔는데- 그나마 정상적인 샷이 저거다.
하얀털이 90%라서 그런지 빨간색이 잘 어울린다.
좋겠다, 너는. 하얘서.
프리마켓에서 산 월병(견과류가 잔뜩 들어 있고, 소가 엄청 달지 않고, 색이 너무 고와서 깜짝놀람), 부엉이 모양의 석고 방향제(부엉이 모양의 뭔가가 집에 있으면 재운이 들어온다고 한다. 게다가 버버리우먼의 향이 나는 붱이 인 것이다), 빨간 고양이 목도리(H라고 이니셜도 달아준다)를 늘어놓고 찍어보았다.
여기서 부터는 '더 타파스'
절인 올리브, 구운 파프리카와 꿀이 발린 치즈가 너무 맛있었다. 빵은, 그냥 흔빵이었다.
천막에서 부들부들 40분 동안 떨며 기다린 끝에 먹게 된, 소이연남의 쌀국수. 중간면과 얇은 면으로 시켰는데- 취향이지만 중간면이 더 좋았다.
그리고 고기가 깜짝 놀랄만큼 부드러워서, 눈이 갑자기 퐛!! 하고 커졌었다.
이거랑 소이뽀삐아도 먹었는데- 그 사진은 먹느라 못찍었나보다.
새우가 탱글탱글하고, 바삭바삭하고, 짭짤하고.
라이라이라이, 에서 시킨 콜드컷반미, 스파이시 포크 반미. 그리고 사이공 맥주가 없지만- 창도 맛있다고 해서 시킨 창이라는 이름의 맥주.
입 안이 까질 것 같은 바삭한 빵껍질과 아삭아삭하고 새콤한 피클무. 당근, 고추가 싱싱하고- 입맛을 자꾸 다시게 만드는 소스에다, 반미 샌드위치의 킥 역할을 하는 고수까지-..
창이라는 이름의 맥주가 너무너무 차가워서 더 어울렸다.
벚꽃이 흩날리는 밤에, 바람은 조금 시원하긴 한데- 드러난 팔은 아까의 열기로 조금 따뜻하고,,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계단에서 반미 샌드위치와 창맥주 먹으면
아아, 이게 행복이지- 라고 무심코 끄덕일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여행이 아니라, 어디론가 소풍을 가고 싶게 만드는 마법의 샌드위치.
연남동 골목골목마다 어라? 하고 기웃거리게 만드는 가게들이 많아서- 오늘이 조금만 덜 추웠더라면 하고 아쉬웠었다.
나의 첫 프리셉티와- 그 아이의 동갑내기 동기와 나.
이상한 조합이었지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시간에 만난 게 무척이나 신기하게 좋았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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