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다, 귀찮도다, 귀찮으니, 라는 핑계로 빨래도 미루고, 설거지도 미루고, 화장실 바닥 청소도 미루고, 후추 화장실 청소도 미루고- 방 청소도 미루고-
했는데,
갑자기 청소의 여신이 강림하셔서 파바밧- 하고 저 위에 나열한 것들을 한꺼번에 그리고 격렬하게 끝냈다.
새로 사 본 꽃담초 향이 너무 좋다. 빨래에서 나는 기분좋은 향이 집 안에 퐁퐁.
그리고 저 위에 나열한 귀찮은 것을 끝내고 나니, 모카포트로 만든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서 원두를 갈고 우유를 데우고 앵무새설탕을 꺼내고 안캅 에스프레소 잔을 데웠다. 그리고 우유 거품까지 만들었다!
오늘 주어진 에너지를 다 써버린 기분이네.
바끼를 사야하나, 라고 벌써 일년째 고민중이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에만 있을 예정이라서,
쿠킹 클래스를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데- 영어를 잘 못하면 굉장히 머리 안이 복잡해진다고 해서,
끙.
영어를 잘 못해도, 눈으로 보면 어케 하는지는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영어의 신이 강림해주시진 않을까? 그때만 잠깐이라도?
타파스투어도 있더라.
술이 들어가면 잘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왜 저 말이 나왔지?,, 어쨌거나 뭐 이런저런 공부를 해야해서 책상에 앉았는데 저렇게 냉큼 올라와앉아 햇볕을 쬐는 후추의 한 컷도 찍어보았다.
어제만든 야매폴포.
아니다, 야매라는 말도 붙이기 좀 그렇다.
로즈마리를 꺼냈다가, 된장찌개 끓이고 남은 달래를 넣었고, 파프리카 가루가 없으니 고춧가루를 뿌렸고- 토마토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으니, 그냥 문어요리라고 하자.
감자랑 문어의 조합이 괜찮을라나? 했는데 의외로 눈이 팟! 떠지는 맛이 났다.
감자는 포실포실하고 문어를 쫄깃쫄깃하고(최상의 맛을 내는 문어가 아니었음에도)- 달래는 향긋하고, 토마토는 맛있게 달고.
+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자는 후추의 뒷통수 컷. 돼냥이라서 자다가 신음을 하며 깨는 나날의 반복이다. 새카만 뒷통수가 얄미롭게 귀엽다.